"미등록 외국인도 인권 누릴 수 있어야" 

2008/11/27
 

안산시 외국인인권조례 공청회서 한목소리

경기도 안산시가 27일 외국인 인권조례 제정을 앞두고 시청 대강당에서 개최한 공청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위은진 변호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국내 거주 외국인이 100만명에 달하고 다문화가정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단일민족국가, 혈연주의라는 미명하에 여전히 외국인들이 차별받고 있다"고 인권조례 필요성을 강조했다.
위 변호사는 "안산시가 거주외국인을 주민의 일원으로 포함시키고 미등록 외국인도 인권을 향유할 수 있는 존재로 인정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것은 매우 획기적이고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안산시의 인권조례 제정은 외국인의 인권보호를 위한 지방자치단체 역할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외국인을 일하다 돌아가는 소모품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지우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토론자로 나선 박선희 안산시의회 의원은 "한국은 이주노동자와 결혼 이주여성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로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로부터 인종차별철폐 권고까지 받은 바 있다"며 "안산시 인권조례안은 안산시민의 의식변화는 물론 한국 정부의 변화까지 선도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최병조 수원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대표는 "국민 대비 이주민의 인구가 2.5%를 넘으면 다문화 국가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2.3%의 이주민이 살고 있어 조만간 다문화 국가로 진입할 것"이라며 "앞으로 '다름'을 인정하는 가운데 이민자들과 의식을 공유하고 불균형, 차별화 등의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세상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안산시 인권보호 조례안이 미진하다며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방글라데시 출신 유학생 아미눌 이슬람 수먼씨는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 저임금, 최악의 노동환경, 여가시간의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등록 노동자와 미등록 노동자로 구분하는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서연 변호사는 "안산시의 인권조례는 거주외국인이 실질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인권'으로서의 '구체적 권리'가 무엇인지 규정하지 않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채형복 경북대 교수는 "거주외국인이라는 용어는 내국인과 반대되는 표현으로, 결혼을 통해 합법적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까지 외국인으로 간주하는 차별적 의미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며 "ILO협약이나 국제인권문서에서와 같이 이주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경석 한양대 다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은 "안산시의 인권조례안에는 인권침해에 대한 제도적 견제책이 없고 기존의 외국인 지원조례와 내용이나 형식에서 중복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

이날 공청회는 전국 최대의 외국인 거주지역인 안산시가 외국인들의 인권을 증진하고 거주민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하는 인권조례를 제정하기에 앞서 각계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안산시의 외국인 인권조례는 국내에서 처음 만들어지는 것이어서 중앙정부와 다른 자치단체들로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안산=연합뉴스]

[강창구 기자 kcg3316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