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와 한국 여고생의 우정을 다룬 영화 '반두비' (2009).

한국사회에서 유행 담론으로 자리잡은 '다문화주의'를 미국, 라틴아메리카 등의 경험에 비춰 고찰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이민인종연구회와 선문대 다문화정책연구소는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전지구적 문제가 된 다문화의 현상과 구조를 살펴보는 학술대회 '현대사회와 다문화주의'를 21~22일 충남 아산시 선문대에서 연다. 

황혜성 이민인종연구회장은 "2012년이면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민의 숫자가 200만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며 "수많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갈등과 대립이 끊이지 않는 해외의 사례를 답습하지 않기 위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경석 한양대 교수는 한국의 다문화주의에 내포된 이중성에 주목한다. 그는 미리 제출한 발표문에서 "한국 다문화주의는 문화를 표방하지만 철저하게 법젓인 잣대와 시장의 논리에 의해 추진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문화주의에 의해 오히려 수렴될 수 없는 문화적 다양성이 억지스럽게 정형화되고, 비현실적인 문화적 위계와 서열화가 진행된다"고 비판했다.

오 교수는 "기이할 정도로 과열된 다문화주의를 정당화하는 논리는 '경쟁력'이나 '경제적인 효과'라는 담론들"이라며 "폭발적인 적극성과 문화적 둔감함이라는 이중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를 가능케 하는 한국 사회 특유의 심리ㆍ사회ㆍ문화적인 맥락을 분석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재인 서울대 교수는 대표적인 다민족 국가인 미국의 다문화주의를 개관하고, 미국이 어떻게 '백인의 나라'에서 '다인종 국가'가 되었는지를 짚는다. 그는 이런 변화의 동력과 배경으로 ▲흑인을 비롯한 약자 집단의 인정투쟁 ▲백인 중산층이라는 강력한 구심점의 존재 ▲국제사회에서의 미국의 위상을 꼽는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큰 지도력을 갖게 되면서, 내부 유색인 집단에 대한 태도와 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 최 교수의 분석이다.

오경환 성신여대 교수는 현대 사회의 다인종적 현상을 분석하는 두 가지 방식으로서 다문화주의와 트랜스내셔널리즘을 비교한다. 오 교수는 "다문화주의는 문화적 상대주의와 세계시민주의를 전제하고 있지만, 트랜스내셔널리즘은 문화적 상대성 인식이 여전히 국민국가의 한계 속에서 작동한다"고 해석한다. 

그는 "트랜스내셔널리즘은 자본 주도의 세계화와 정치적으로 맞물릴 위험성이 있다"며 '세계화의 덫'을 돌파하는 것을 트랜스내셔널리즘의 과제로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