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부터 잘라！… 한국도 ‘일자리 보호주의’ 확산

고용장벽 사회문제화 우려
사업장 변경 신청 급증… 재취업 안돼 출국도 크게 늘어

세계 경제위기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추세가 일자리로 확산되고 있다. 기업 파산과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외국인 노동자 대신 자국민을 고용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장벽에 이어 고용장벽이 만들어지고 있다.

미국은 물론 이민친화적 정책을 펴왔던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도 정부와 노동조합들이 일제히 자국민 보호 방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우리 정부도 지난 1∼2월 외국인 신규 고용허가를 금지했다. 전세계적으로 '고용 보호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각국의 국수주의적 고용 정책에 대해 자국민 보호를 통한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명분과, 고용 보호주의에 의한 세계적인 노동·경제 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는 위기론이 부딪치고 있다.

노동부는 17일 사업장 휴·폐업이나 근로계약 해지 등으로 사업장 변경 신청을 한 외국인 근로자가 지난 1월 4292명에서 지난달에는 5439명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사업장 변경 신청은 외국인 근로자가 해고를 당하거나 직장이 휴·폐업했을 경우 정부에 이직을 신청하는 것을 말한다. 재취업이 안 돼 출국한 외국인 노동자 수도 지난해 9월 154명, 10월 171명, 11월 213명으로 증가하다 12월에는 299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2월 국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도 평소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월별 입국자 수는 지난해 7월 4751명을 기록한 뒤 점차 줄어 지난 1, 2월에는 각각 1512명과 1569명을 기록했다. 정부가 고용쿼터 소진을 이유로 1, 2월 신규 고용허가 발급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조만간 신규 고용허가 발급을 재개할 예정이지만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의 휴·폐업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영세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외국인 근로자 해고 비중이 커지고 있어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국내 외국인 노동자들은 비전문취업비자(E-9)를 연장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고용 보호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글로벌 사회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노동시장에서 낙오한 국가들이 속출하면서 국가간 경제력 차이가 극심해지는 한편 국가별 사회안전망이 붕괴될 가능성도 높다.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빠른 속도로 해체됐던 국가와 민족간 경계가 금융위기를 통해 다시 강화되고 있다"면서 "노동력의 국제이주가 활성화된 상황에서 자국민 보호주의가 강화되면 특정 국가는 물론 세계적인 노동·경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