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마약에 찌든 아이들을 붙든 건 음악이었다.

　방황하는 이들에게 악기가 지급됐다. 음악 교육이 더해졌다. 그리고, 삶이 달라졌다.

　1975년 베네수엘라에서 혁명 같은 교육이 시작됐다. ‘엘 시스테마(El Sistema)’. 음악으로 세상을 바꾼 세계적 신화다. 인성 교육과 정서 함양, 최고의 선생님은 음악이라는 걸 ‘엘 시스테마’는 증명했다.

　2010년 광주, ‘그때’의 베네수엘라와 다르지 않다.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특히 더 우려되는 건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 국제 결혼이 본격화 되면서 ‘2세’들이 쑥쑥 자랐다. 청소년기인 그들은 감수성이 예민하다. 국적, 어머니에 대한 정체성 혼란을 겪는 중이다. 방황의 시기다.

　지금 ‘엘 시스테마’가 필요하다.

　광주에 사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함께 모였다. 매개체는 음악이다. 악기가 지급될 것이다.

　음악 교육도 더해진다. 연말엔 이들이 연주자로 나서는 공연도 계획돼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의 첫 무대. 음악으로 영혼을 치유한 이들의 맑고 밝은 선율이 울려 퍼질 `그 날’이 기대된다.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는 (사)희망나무가 광주의 `엘 시스테마’를 꿈꾸며 벌이는 프로젝트다.

　지난달 28일 첫발을 뗐다. 다문화가족 오케스트라 `높은음자리’(가칭)가 창단식을 가진 것. 이주민 가정 자녀의 16명이 단원으로 선발됐다. 대부분은 초등학생이지만, 중·고교생도 있다. `단원을 20명까지 늘린다’는 게 (사)희망나무의 계획이다.

　6월까지 두 달간 이론 교육을 거쳐 7월부터 본격적인 악기 연습에 들어갈 계획이다. 단원들의 수준과 특성이 파악되면 그들에게 적합한 악기가 배정된다.

　필요한 게 많다. 우선 악기다. 현재까지 마련된 건 바이올린, 플루트, 클라리넷 뿐. 그나마 다행인 건 오케스트라를 이끌 김정선(전남대 등 출강) 씨가 있어서다. 김 씨가 운영하는 음악원에서 피아노와 드럼, 그리고 연습장을 제공키로 했다.

　강사들도 충원돼야 한다. 악기마다 선생님이 필요하다. 시민 참여가 이뤄져야 가능하다.

　“집에서 쓰지 않는 악기가 있다면 기증해 주세요. 연주 실력을 갖췄다면 재능도 좀 보태주시구요.” (사)희망나무 박은우 사무국장의 호소다. `엘 시스테마’, 광주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 성패는 결국 시민들에게 달려 있다. 문의 010-8225-8348.

　※엘 시스테마(El Sistema)는 국가 지원을 받는 베네수엘라의 음악교육재단. 1975년 베네수엘라 경제학자 아브레우가 `음악을 위한 사회 행동’을 조직한 게 출발점이다. `엘 시스테마’의 목적은 음악을 이용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재활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것. 30여 년 동안 30만 명이 이 교육을 이수, 마약과 범죄에 노출된 빈민 아이들을 적극적인 삶의 길로 인도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